겨울 해산물의 향연 포스코 사거리에서 남쪽으로 가는 언덕 우편에 있던 광수사가 테헤란로 건너편으로 옮긴 지도 꽤 되었는데 아직 리뷰가 하나도 없다니. 30년 업력의 김흥렬 오너쉐프의 실력이 무색하다. 그만큼 손님 층이 다르다는 이야기인가. 나이 지긋한 비즈니스맨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 답게 다찌 빼곤 모두 룸이다. 좀 구식이라 세련된 맛은 없는데 방방이 있는 구조가 코로나로 손님들이 더 선호하게 될 줄이야. 그야말로 푸근한 동네 횟집 같은 외관. 음식도 푸짐하다. 특이하게 죽을 내기 전에 장어초밥을 낸다. 길디 긴 장어에 초밥 조금. 전형적 올드스타일. 장어로 싸서 먹어야 한 입에 넣을 수 있다. 따듯한 게우 넣은 죽과 생굴겉절이무침으로 위장에 신호를 준다. 사시미의 시작은 큼지막한 남해산 광어. 활어다. 숙성이 거의 없고. 고노와다에 찍어도 좋지만 여기서는 살얼음 덮힌 간장게장에 찍어 먹는다. 색다른 조합. 게장간장이 짜거나 달지않아 적절하고 시원하기까지 하다. 광어는 내내 자리를 차지하고. 이어 새우아부리 초밥이 나와 분위기를 바꾼다. 사시미들의 퍼레이드. 겨울철이 제일인 복어회와 미나리 그리고 폰즈소스. 범돔이라 불리는 강담돔과 감성돔의 아삭한 질감. 검붉은 혈압육. 귀한 돔들이다. 겨울이 생선철임을 일깨워 줬다. 방어는 한껏 기름이 올랐는데 역시 부위마다 가장 맛있는 두께로 잘라 내었다. 참석자들의 기분 좋은 미소로 한 점씩. 참치처럼 녹는다. 이날의 압권은 9kg 참숭어의 뱃살. 아무도 무슨 생선인지 알아 맞히지 못했다. 이렇게 큰 숭어도 있나. 과연 겨울이로고. 전복술찜과 게우소스. 따듯한 분위기로의 반전. 다시 차갑게 분홍색 마구로 가맛살은 얇게 저며 혀에서 그대로 없어진다. 다시 따듯한 요리. 대구의 크리미한 유자향 나는 시라코. 대구도 겨울의 대표다. 이 맛의 질주는 어디까지인가. 제일 좋아하는 도미대가리 조림. 눈알까지 빈틈없이. 양념이 잘 밴 무우 한 조각. 흰밥은 참는다. 그리고 홍어 애 한 점. 약간 삭히다 만 정도라 좀 아쉽다. 쉐프의 겨울 생선 오마카세는 생선마다 대표적으로 맛난 부위를 조금씩 계속하여 낸다. 이 식당의 간판 메뉴 보리굴비와 물메기탕으로 식사를 마친다. 비린내 전혀 없고 짜지 않은 꾸덕하게 마른 굴비. 과연 물건이다. 어떤 접시하나도 소홀함이 없는 광수사의 해산물 맡김차림이다. 각 방마다 왁자지껄한 취담들이 미닫이 문 밖으로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