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방어회만 놓고 보면 수산물 시장보다 만족스러웠던 횟집>
서울에서 방어회 하면 가장 먼저 이름이 오르는 횟집이다. 특히 겨울철 방어 제철이 되면 늘 긴 대기 줄이 형성되는데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한참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
매장 앞에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수조가 놓여있어 눈길을 끈다. 방어뿐 아니라 참돔, 산낙지, 멍게 등 다양한 어종이 준비돼 있어 단순히 한두 가지 회를 파는 집이 아님을 보여준다.
가장 많이 주문되는 메뉴는 방어회, 연어회 조합이지만 연어회는 무난하다길래 방어회만 시켰다. 등살과 뱃살, 배꼽살, 사잇살까지 골고루 나와 방어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하다.
여러 부위 중에서도 사잇살은 독특한 식감을 자랑한다. 한입 베어 물면 서걱서걱 씹히는데 그 느낌이 마치 단단한 소 간을 먹는 듯해 분명 취향은 갈리겠지만 신선한 경험을 준다.
방어에 곁들이는 소스론 간장과 와사비가 제공되지만 참기름은 따로 나오지 않는다. 요청하면 내주며 등살을 찍어 먹었을 때 은은하게 번지는 고소함이 기름진 방어와 잘 맞았다.
회 자체는 냉장 보관 후 해동돼 살짝 차갑게 느껴졌으나 방어 특유의 풍미와 담백한 뒷맛은 충분히 살아있었다. 먹다 보면 느끼함이 차올라 그럴 땐 스끼다시를 활용하면 유용하다.
방어 한 점을 묵은지와 김에 싸 먹으면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해 주며 다시 젓가락이 간다. 초대리밥에 방어회를 얹어 먹으면 초밥처럼 즐길 수 있어 훨씬 다양하게 맛을 낼 수 있다.
마무리 매운탕은 다소 아쉬웠는데 국물이 개운하기보다 싱거웠고 내용물도 자잘한 서덜 위주라 만족감이 낮았다. 하지만 방어회 자체만 놓고 보면 수산물 시장보다 만족스러웠다.
*2021년 1월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