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out
고등어는 고소하고, 순살 갈치는 부드럽기 이를 데 없다.
‘고등어 미나리무침’의 고등어는 비린내 하나 없이 고소하면서도 식감이 훌륭하다. 기대 없이 맛본 미나리조차 질기지 않고 향긋함만 남아, 이것만으로도 소주 한 병은 순식간에 비울 듯하다.
‘갈치 말이’는 가시를 모두 발라낸 은빛 갈치를 돌돌 말아낸 순살 요리인데, 올해 먹은 생선 요리 중 단연 최고.
요리에 문외한이라도 좋은 재료라는 걸 즉각 느낄 만큼 식자재의 질이 뛰어나다.
예약은 필수
2인 예약 시 인당 10만 원, 3인 이상부터는 인당 9만 원이라고 하니 참고하시길.
토요미식회장
제주도를 안 가본 나로서는 제주도 음식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그런 제주도 음식이 코스로 나온다. 나로선 너무나 생소했다. 음식점에 들어와서 음식을 받을 때까지 메뉴판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냥 주는대로 받아먹으면 된다. 이거 진정한 오마카세가 아닐까? 싶은 음식점. 고등어 미나리무침 사장님이 반찬들을 세팅 하신 후에 처음으로 내어주신 음식이다. 가운데는 미나리무침이 있고 고등어회를 빙 둘러서 내어주신다. 그냥 눈으로만 봐도 재료가 너무 좋아보인다. 고등어회의 신선함이 눈으로도 느껴진다. 또한 여지껏 봐온 고등어회 중 가장 두툼했다. 고등어회가 비린 느낌이 이렇게 없을 수도 있었나? 싶은 느낌 그리고 부드러워서 두툼해도 쉽게 먹을 수 있었다. 그냥 장에 찍어먹어도 되고 미나리무침이랑 같이 먹어도 된다. 어느 쪽이건 후회하지 않을 듯. 미나리무침을 반찬 중에 있는 두부랑 같이 먹길레 따라했더니 그것도 밸런스가 훌륭했다. 홍해삼이 나왔다. 별명 홍삼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가 아는 그 홍삼과는 다르다. 신선함이 완전히 달랐다. 비리지 않고 꼬독한 식감이 아주 훌륭했다. 식감 때문에 초장 없이 먹어도 먹을만했다. 갈치말이 어려서부터 계란말이는 수도없이 봐왔는데 갈치말이는 생전 처음본다. 길다랗게 나온 갈치를 사장님이 일일히 돌돌 말아주신다. 1분 있다가 소스없이 그냥 먹으면 된다. 갈치의 향이 향긋하게 느껴졌고 살은 부드러웠다. 한 입에 먹기엔 크고 살짝 뜨겁기도 하다. 돔배고기랑 자리돔젓. 고기는 구이파들도 좋아할만큼 겉이 익혀져서 나왔고 굉장히 부드럽고 느끼하지 않았다. 고기를 자리돔젓에 찍어서 그 위에 김치 한점. 마늘하나 얹고 먹어보라고 권하신다. 요렇게 먹으면 재료들이 하나하나 다 잘 어울려서 좋다. 고등어김치찜 국물부터 뭔가 맑고 좀 다른 향이 났다. 고등어향인데 이게 원래 이렇게 김치찜이랑 잘 어울렸던 걸까? 깔끔하고 담백하고 맑은데 맛있다. 밥이랑 비벼서 먹는 거도 정말 좋다. 몸국 뼈해장국의 하이엔드 버젼 같다. 맑으면서 돼지뼈를 우려낸 국물 맛이 난다. 구수하고 담백하면서 걸쭉하기도 한 국물이다. 배가 불렀어서 다 못 먹은 게 좀 아쉽다. 재료의 질은 아주아주 좋았고 조리도 밸런스도 훌륭했다. 다만 술을 많이 권하는 게 좀 당황스럽다. 물론 안 원하면 안 마시면 되긴 하다. 단지 살짝 눈치 보이게 만든달까? 재료들을 예약 내용에 맞춰서 정량으로 준비하시나보다. 추가나 이런 게 없다. 반찬이 다 맛있어서 추가하고 싶었는데 추가가 안된다. 금액과 상관없이 준비한 양이 이거밖에 없다고 한다. 몇가지 부분이 좀 당황스럽긴 한데 일단 맛으로는 비판할 게 하나도 없다. 음식 자체가 새로웠고 재료도 신선하고 구성도 훌륭했다. 맛은 담백하면서도 좋다. 한식만으로 이렇게 하나같이 뻔하지 않고 새로울 수가 있을까? 가격은 결코 싼 건 아니지만 재료를 생각하면 또 비싼 건 아니다. 룸 식으로 다 되어 있어서 코로나시국에도 나름 안전한 느낌도 든다.
최은창
제주보다 더 제주스러운 식당 고등어가 조금이라도 비리면, 아주 조금이라도 비리면 상한 것입니다. 쉐프가 첫 접시 고등어회를 내려 놓으며 하는 말. 그의 말대로 비린 내음 조차도 찾을 수 없는. 두툼한 고등어회. 어찌나 볼륨이 좋은지 한 점만 입에 넣어도 입에 꽉찬다. 첫점은 양념장에, 둘째는 미나리무침과 함께 먹기를 권한다. 요리 나오기 전 내는 네 가지 찬이 정갈하고 맛있다. 지진 두부, 고추무침, 애호박새송이볶음, 가지볶음. 오랜 내공을 한 입에 알 수 있는 반찬들. 이 찬들은 좀 서초스럽다. 둘째 요리는 산낙지. 대가리는 없다. 세발낙지 다리를 탕탕이처럼 다지지 않고 성냥개비 정도 길이로 잘라 쪽파, 마늘다짐, 깨와 들기름으로 양념한 낙지회. 간장에 살짝 찍어도 좋다. 요런 사이즈가 먹기 제일 좋다. 초장이 없는 것도 매우 제주스럽다. 제주는 고추를 먹기 시작한 게 얼마 안된다. 하여 물회도 다 된장으로 만들지 않던가. 셋째 요리가 시그니쳐. 통갈치구이. 오륙십 센티미터는 족히 되 보이는 갈치 한 쪽씩. 머리와 내장, 꼬리 다 떼고 가시 다 발라, 소금간만 해서 구워 나온다. 간이 딱 맞다. 기름에 지지거나 직화에 굽는 건 아닌 것 같고 오븐에 통으로 구운 듯 껍질이 깨끗하다. 쉐프가 직접 갈치를 접어 한 입에 먹기를 권한다. 제주의 통갈치 꽤 먹어 봤지만 이런 스타일은 처음. 모두의 two thumbs up을 받았다. 놀라운건 가운데 흰살만 있는게 아니라 맛있는 가시쪽 붉은 살도 그대로 붙어있다. 등과 배쪽 잔가시를 어떻게 발라내고 똑같은 너비로 오로시를 뜰까. 매우 궁금하다. 넷째 돔베고기가 빠질 수 없다. 굵은 통마늘 익혀 곁들였고, 젓갈을 거의 쓰지 않은 숨죽지 않은 배추김치, 그리고 자리젓. 자리젓 참 감칠맛난다. 참 맛난 조합이다. 블루 순삭 한라산 등장. 다섯째. 고등어조림. 큰 고등어의 꼬리쪽 살을 삼각형으로 발라 익히고 된장과 김치, 감자, 양파, 대파 등을 넣고 조렸다. 희안하게 이 집 요리들은 다 밥도둑인데 밥생각이 나지 않게 간을 조절했다. 대신 술생각만 나게 한다. 마지막은 몸국. 껄쭉한 몸국. 약간 묽은 죽같은데 간도 맞고 식사로 손색이 없다. 전체적으로 좋은 재료의 맛 그대로를 잘 살린 요리들이라 제주 성산포의 앞바다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비행기 타고 제주에 갈 필요가 없다. 교대역으로 가면 된다. 홀릭들의 귀한 정보로 제자들과의 송년회가 맛있게 빛났다. 이 맛에 망플한다.
마중산
코스 내내 행복했던 제주식 식당. 싱싱한 활고등어회, 입안을 가득 채우는 한입갈치말이, 그간 먹던 고등어조림의 진실을 일깨워준 활고등어조림 등 요리 뿐 아니라 반찬까지 맛있어서 즐거움이 배가됐던 시간이었다. 시간 내내 쌓여가는 한라산 소주가 즐거움의 증거. 들어서니 내부에 공간을 나눠 룸처럼 활용하는 게 눈에 띄었다. 법조인들이 많은 서초동 법인카드 긁히는 소리가 들린다… 예약한 자리에 착석하니 셰프님이 인사를 주시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코스를 시작한다. 활고등어회는 선도가 매우매우 중요하다. 고도의 기술이 아니라면 숙성은 피하고 싶다. 선도가 매우 좋기에 여쭤보니, 우리 자리 뒤쪽에 수조가 있었다. 바로 잡아 주시는 것. 두껍게 썰어주셔서 씹는 맛이 극대화된다. 소주가 마구 들어간다. 잊지 못할 기억은 한입에 넣는 갈치 말이(?). 갈치 뼈를 세세히 제거하고 돌돌 말아서 한입에 먹으란다. 이 맛있는 걸 왜 원킬하라는 건지. 첨이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지. 오…조금씩 먹을 때와는 다른 풀바디 고소함이 습격한다. 코스가 끝날 때까지 여운이 남았다. 상대적으로 돔베는 평범히 느껴졌다. 일반적인 제주식보다 좀 더 구워지고, 좀 더 바삭한 느낌. 특이한 건 일반적으로 쓰이는 멜젓이 아니라 자리젓을 쓰신다는 점. 별미였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메뉴는 의외로 고등어 조림. 뭔가 다른데…생각해보니 생선 자체에 간이 없다! 게다가 활고등어니 식감은 말할 것도 없고, 간이 없으니 그 자체를 즐기게 된다. 겉에 살짝 스며든 양념이 활고등어 자체 맛을 방해하지 않고 딱 좋았다. 흰밥 땡기는데 ㅎ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식사였고, 나오는 길에 비치된 귤을 보면서, 고객 경험까지 완벽하다는 생각을 했다. 4인 이상은 돼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듯. 실제로 2인 예약는 안된다고 하심. 소맥을 좀 거나하게 마시니 인당 10만원 예산. 모암 자리로 추천!
권오찬
* 한줄평 : 피카소의 드로잉 작품같은 제주 음식
1. 전국 팔도의 음식 격전지 서울에서 유독 외면받는 음식을 꼽으라면 제주 향토음식과 부산 돼지국밥이라 생각한다. 향토음식은 지방의 고유 식재료와 조리 방식 그리고 역사성이 더해진 그 지역의 전통 음식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서울에선 도저히 정취가 느껴지지 않아서인지 그만큼의 맛을 내는 곳이 참으로 드물다.
2. 서울 교대역 인근 골목 2층에 자리잡은 이 집은 그런 점에서 <미각으로 느끼는 제주>라는 표현이 퍼뜩 떠오를만큼 훌륭한 경험을 한 곳이다.
3. 갑작스러운 야근으로 늦게 합류하여 맛본 음식은 자리젓갈을 컨디먼츠로 한 오겹살구이, 신선한 고등어로 만든 김치찜, 제주 가문잔치(혼례)에 빠지지 않은 음식인 몸국 등이다.
4. 재미있는 것은 메뉴는 제주의 향토음식이건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정통 제주식이라기 보다는 <서울화> 과정을 거치며 오히려 진화한 맛이라는 점이다. 실제 정통 제주음식의 정체성은 거친 자연 환경 속에서 다듬어진 투박함이다. 일례로 제주의 돔베고기는 수육을 도마 위에 플레이팅한 고기가 아니라 제주의 초가집 정지(부엌)이 흙바닥이었기 때문에 <음식물에 흙이 묻지 않도록> 다리 달린 <높은> 도마에 직접 썰어 먹던 음식이다.
5. 이 식당의 음식은 서울 강남의 음식처럼 세련되었다. 세련되면서도 제주 음식의 향토성을 간직하고 있다. 코스 요리로 제공되는 메인 음식도 훌륭하지만,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가지무침과 호박나물 등의 식감과 간의 밸런스 등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다.
6. 이 집의 음식을 경험하며 문득 <피카소의 드로잉 작품>이 떠올랐다. 92세까지 장수하며 약 5만여점의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던 피카소하면 게르니카, 아비뇽의 아가씨 등 입체주의 미술 양식이 떠오르는데, 나는 오히려 피카소의 선드로잉 작품을 애호한다. 하나의 선을 이용해 사물을 표현한 그의 그림을 보면 대충 그린 듯 해도 사물의 특징이 굉장히 잘 묘사되어 있는데, 성산포바당의 제주 음식이 바로 이렇다.
7. 세련된 서울 음식 속에 포인트로 아로새겨진 제주스러움.. 그것이 이 집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