쁜지
멸종 직전의 유슬짜장을 찾아서
서울에서 유슬짜장을 찾는다는 건 마치 단종된 만화책의 1권을 헌책방 뒤적여 찾는 것 같은 일입니다.
손이 너무 많이 가서, 맛은 각별하지만 사라져가는 음식.
그나마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하나가 영등포의 동순각이고, 또 하나가 바로 세운상가의 동해루입니다.
처음 동해루 간판을 보면 살짝 당황하게 됩니다.
"이런 데도 식당이 있네?" 싶은 외관.
세운상가의 낡은 건물 속 어딘가, 한참을 헤매다가야 겨우 찾게 되는 곳인데요.
막상 들어가 보면 손님이 빼곡합니다.
주변 상인들, 어르신들, 그리고 요즘엔 노포 성지순례하는 젊은 손님들까지.
세운상가에서 수십 년을 버텨온 집의 저력을 실감합니다.
사실 처음 주문하려다 '깐쇼하일'이라는 메뉴명을 보고, 이게 뭔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검색해도 안 나오길래 결국 유추한 결과, 깐쇼새우(깐샤오시아런)를 '깐쇼하인', 그리고 '깐쇼하일'로 쓰는 노포 스타일 변형.
이런 표기법은 흔하지 않지만 가끔 오래된 중식당에서 발견됩니다.
이 또한 이 집의 연륜이 드러나는 한 단면이죠.
하지만 오늘의 목적은 깐쇼가 아니라, 바로 유슬짜장.
하얀 면이 슬로 썰어진 재료들과 함께 쟁반에 담겨 나옵니다.
보기만 해도 때깔이 훌륭하고, 당장 비비고 싶은 비주얼입니다.
다만, 동순각처럼 면과 슬의 조화는 조금 아쉽습니다.
특히 오늘은 조리 퀄리티가 살짝 떨어졌는지, 전분이 재료에 좀 과하게 남아 있어서 뒷맛이 약간 텁텁했네요.
면 자체는 전분기 없이 잘 삶아졌고, 유슬 특유의 순한 간장풍 짜장 소스는 나이 있으신 분들 입맛에도 잘 맞을 듯합니다.
하지만 동순각만큼 정제된 맛은 아니라, 비교하자면 조금 거칠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서울에서 유슬짜장을 정식 메뉴로 상시적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은
지금은 영등포의 동순각, 그리고 이곳 세운상가 동해루 정도.
이 두 곳마저 사라지면 유슬짜장은 그야말로 메뉴판 속 전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엔 꼭 점심시간을 피해, 조리 퀄리티가 안정적일 때 다시 와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나왔습니다.
Luscious.K
#종로 #장사동 #동해루
"펴나~~~~~~~~~아난 중식이 바로 이런 맛"
세운상가 골목 안쪽에도 꽤나 많은 식당들이 있다.
소박하면서 삶의 현장이 느껴지는 격렬함도 보인다.
예부터 종로의 세운상가에서 시작되는 우리 나라 산업 현장은 퇴계로까지 이어지는 커다란 공업 벨트를 이룬다.
지금도 예전 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삶의 현장에서 인생을 불태우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의 식당들은 쏘울이 있다.
유흥가나 식당가의 감성이 아니라 삶의 고단함을 풀어주는 <노고의 해장> 음식들이라는 강한 시그널이 느껴진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세운상가 골목에 위치한 50년 역사의 <동해루>다.
식당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건물의 계단.
식당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계단에 붙은 식당의 사인 뿐이다.
식당문을 열고 들어가면 남성미가 물씬 풍긴다.
여성분은 한 분도 안계시고 70대 부터 2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男子들이 모여서 술과 식사를 한다.
초저녁이지만 이미 거나하게 취한 테이블도 있고, 빨리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후다닥 거리는 모습도 보인다.
한 식당에서 여러 가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이 동네 식당들의 특징이겠다.
붉은색의 장식과 복자 장식과 오래된 색바랜 그림들은 이집의 역사를 말해준다.
실내는 화상의 중식당 같은데 서빙하시느라 바쁘지만 친절하신 여사장님께 여쭤보니 한국인이시고 약 35년 전쯤에 가게를 이어 받으셨다고 한다.
정통 옛날식 한국형 중식당이다.
#탕수육
이집 탕수육이 아주 유명하다.
당연히 먹어야 한다.
볶먹으로 나오는 탕수육은 산미는 그리 강하지 않다.
첫 향에서 기침나는 산미는 없지만 연하면서 잔잔한 단맛과 산미가 소스의 맛을 주도한다.
고기튀김이 참 좋은데 바삭한 듯 하지만 포실한 것이 영락없는 옛날 스타일이다.
튀김옷이 얇고 고기가 실하다.
요즘 탕수육은 튀김옷을 강조해 고기 씹는 맛이 덜한데 비해 이집은 확실히 고기를 먹는다는 치감이 좋다.
아주 훌륭하다.
#난자완스
두 번째 요리 난자완스도 이집의 시그니쳐.
강하지 않고 편안한 맛인데 살짜쿵 고추기름이 들어가 잔잔한 매운맛을 준다.
튀김이 너무 부드럽지도 않으면서 고기 씹는 질감이 느껴지는 것이 좋은데, 여기에 잘 튀겨서 겉이 코팅이 된 듯한 식감까지 더해서 기가막히다.
죽순이 들어간 것도 취향을 저격했다.
본인은 탕수육 보다 난자완스가 더 좋았다.
#유슬짜장
유슬짜장 하는 곳을 보기 힘든데, 메뉴판에 정식으로 유슬짜장이 올라와 있는 곳은 서울에서 여기가 두 번째다.
영등포의 동순각, 그리고 여기 동해루.
새우와 오징어가 들어가 해물 유슬이 된다.
양파, 파, 당근, 오징어까지 모두 슬로 칼질해 간짜장 처럼 바로 볶아냈다.
연하게 느껴지는 불향도 좋고 춘장맛이 강하진 않지만 감칠맛과 단맛이 연하게 조화롭다.
강함 보다는 은근함으로 맛을 어필한다.
면빨이 기가막힌데, 정통 밀가루 중화면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잘 느껴진다.
차분한 간짜장.
동해루의 유슬짜장이 그렇다.
이집은 잔잔하다.
튀는 강렬함 보다는 고된 삶의 현장에서 음식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위와 마음이 편안한 음식이다.
나도 힘들 때 이집에서 위로 받으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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