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으면 식당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곳이다. 간판 달랑 하나에 주방 대충, 테이블 대충. 긴 테이블에 다른 손님들과 껴서 한자리 차지. 인원수만 이야기 하면 단일 메뉴인 칼국수가 나온다. ㅡ 반찬은 조금 익어서 시큼한 깍두기와 물은 보리차. 몇년동안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손을 휙휙 돌리시니 금새 칼국수 몇개가 뚝딱하고 완성된다. 고명은 고소한 향을 내주는 김과 깨가루. 그 안쪽으로는 양념장이 들어가 젓가락으로 가볍게 휘져으면 국물이 붉게 변한다. 고명이 구석구석 퍼지게 비비고 후루룩 한 젓가락. 쫄깃한 칼국수가 아닌 부드러운 칼국수로 입안에서 스르륵. 입을 넘어가는 꿀꺽이라는 단어가 생략되고 사라진다. 쫄깃한 칼국수를 생각했기에 이 과정은 당황스럽지만 그것도 이내 즐거운 맛이 된다. 어떻게 부드러운 국수가 나올까 싶은데 잘 숙성된 반죽을 주문을 하면 뽑아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비록 기계를 이용한다지만 만두로 1차로 하고 가볍게 조금만 먹어야지 했던 생각은 산산조각이 났다. ㅡ 김과 깨의 고명은 마지막에 국물을 마실 때엔 맛이 진했을 뿐 칼국수를 먹는 동안은 진한 맛이 아니었다. 고명에 대한 편견이 깨져버렸다.
웨참
부산 구서동 - 구서 칼국수
수능 전날에도 먹었을 정도로(tmi) 나에게는 안정과 용기 그리고 행복을 주는 맛.
면를 삶고 그릇에 담아 국물을 붓고, 마지막으로 다데기와 김가루 그리고 깨를 듬뿍 얹어 주는게 다인 단순한 구성. 그런데 어쩜 계속 생각나는지...
매번 고향에 내려 올 때마다 꼭! 한 번 이상은 먹고 가는 구서 칼국수. 이번에는 짧게 내려오는 바람에 한 번 밖에 못 먹었지만 진짜 계속 생각난다.
옛날에는 간판도 없었고, 주인 할머니도 손반죽을 직접 손으로 썰어서 면을 만드셨는데 최근 몇년 전부터는 힘드셨는지 기계를 쓰신다. 나는 푹 퍼진 면을 제일 좋아해서 지금 면이 싫지가 않다.
면 뿐아니라 국물도 정말 맛있다. 거기다가 깔끔한 맛의 깍두기를 곁들이면 진짜 한그릇 뚝딱이다!
이 글을 쓰며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 지금도 너무 먹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