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후한 인심에 분식처럼 편안한 간짜장과 볶음밥>
예전에는 중국집을 고를 때 화상 중국집인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이젠 간짜장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더 눈에 들어온다. 갈수록 간짜장 제대로 하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른 점심을 해결하러 방문한 안성 죽산면의 58년 된 중국집. 안성이 나름 수도권이긴 하지만 죽산면이 농촌 색채가 강하다 보니 읍내 상가에 자리한 소박한 동네 중국집 분위기다.
고령의 사부님과 따님으로 보이는 분이 함께 매장을 이끌고 계셨고 머지않아 대를 이어받을 것 같았다. 메뉴는 식사류 위주로 간소한데 탕수육 같은 요리는 예약이 필요한 듯 보였다.
간짜장, 볶음밥을 주문했으며 곧바로 찬으로 양단춘과 배추김치가 깔렸다. 아마 볶음밥에 딸려 나오는 거지 싶은 김치는 배추 숨이 빳빳이 살아있어 시원하며 단맛이 강하지 않았다.
간짜장은 건더기를 큼직하게 썰어 넣은 장을 따로 큰 그릇에 담아냈고 면에 적당히 부어도 남을 만큼 양이 넉넉했다. 양파와 더불어 무와 애호박 등 채소의 비중과 존재감이 높았다.
장 자체는 구수하괴 담백하고 깔끔했으며 불향은 강하지 않았다. 양파가 숨이 좀 죽어 맵싹하게 넘어가는 맛은 아니었지만 건더기를 떠먹는 재미와 채소가 주는 단맛이 매력적이었다.
이어서 볶음밥은 계란 프라이 외엔 계란 사용을 절제한 채 파, 당근, 돼지고기를 넣고 라드에 담백하게 볶아낸 스타일이었다. 이 역시 큼직한 건더기에 말끔한 비주얼이 눈에 띄었다.
볶음밥에 짜장 소스는 간짜장처럼 따로 나왔고 질감은 유니짜장처럼 매끈하고 농도가 있었다. 곁들여 한 숟갈 떠보니 꾹꾹 눌러볶은듯한 밥알과 춘장의 깊은 구수함이 잘 어우러졌다.
볶음밥용 짬뽕 국물은 인당 하나씩 내주셨고 어딘가 오징어 국처럼 순했다. 후한 시골 인심에 친절한 응대, 분위기 역시 정겨웠으며 서울에선 좀처럼 만나기 힘든 여유와 정취가 있었다.
권오찬
#안성시 #죽산분식 #간짜장
* 한줄평 : Since 1968, 대물림되어 참 다행이다!
• 내겐 우주와도 같은 존재, 노사부의 중식 노포
• 생활의 달인, 진짜 달인이 라드로 볶아낸 간짜장 맛집
• 1960년대 짜장면의 주재료였던 무우
1. 최근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이 바로 노중훈 작가의 <할매, 밥 됩니까 ; 2020년 중앙북스>이다. 노중훈 작가가 사랑한 골목 뒤꼍 할머니 식당에 관한 이야기인데 맛집이라기보다는 정감 넘치는 방문을 기록한 에세이라고 봄이 마땅하다. 그는 “할머니 식당은 제게 우주”라는 표현을 책에서 사용했는데 내게 있어 노사부가 주방을 지키는 노포 중식당 역시 우주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2. 고령의 나이에도 주방을 지키는 중식당의 노사부는 내게 늘 존경스러우면서도 애달픈 존재이다.
3. 1960년대 중반부터 정부가 추진한 혼분식 장려 운동의 영향으로 중국음식점과 분식집 등이 외식 시장에 대거 등장했으니 1968년 안성시 죽산면에서 개업하여 여전히 주방을 지키고 계신 80대 중반의 최만복 사부는 이제 앞으로 뵙기 힘든 1세대 중식 주방장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4. 짜장면이 대중 음식으로 크게 사랑받다보니 오히려 정부의 물가 중점 관리 품목으로 지정되며 한식과 일식에 비해 버는 돈도 상대적으로 적었을테고, 식당마다 음식에 대한 편차가 크지 않으니 한식과 일식 주방장에 비해 사회적 인식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을테고, 엄청난 화력에 맞서 평생 웤질을 하셨을테니 중년 이후 대부분 관절염으로 크게 고생하시는 것이 대한민국 중국집 노사부들이 당면한 현실이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여전히 주방을 지키는 노사부들의 업장은 흔해빠진 동네 중국집 짜장과 확연히 다른 음식을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죽산분식의 간짜장이 바로 그러하다.
6. 우리가 짜장면에 대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오해가 있는데 춘장에 캐러멜 소스가 들어갔으니 맛이 달고, 영화식품의 사자표 춘장이 시장 점유율 80%를 점하고 있으니 어므 식당을 가더라도 맛이 천편일률적이다라는 것이다.
7. 그러나 중식 매니아들은 알고 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고유의 맛을 내는 짜장면에 들어간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춘장을 볶는 기름만 해도 채소유인 식용유를 사용하는가, 동물성 유지인 돼지 비계 기름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맛이 다르고, 웤질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재료의 식감이 달라진다.
8. 60여년 업력의 이 집은 요리에 들어가는 기름부터 돼지 비계에서 뽑아낸 유지에 대파를 넣어 잡내를 제거하고 풍미를 더한 기름을 사용하는데다 다른 집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무>를 짜장 재료로 쓰는데 이게 참 팔순을 훌쩍 넘은 노사부가 지키는 원칙이자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맛의 비법이다.
9. 이제는 사용하는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본래 1960년대 무말랭이는 짜장면의 주요 재료 중 하나였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보관이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한데다 물에 불렸다가 볶아서 사용하면 돼지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선사했다.
10. 먹거리가 흔해진 지금 과거와 같은 용도로 무를 사용하기엔 오히려 손이 더 가는 비효율일텐데 죽산분식의 노사부는 전통과 맛을 위해 기꺼이 그 비효율을 감수한다.
11. 첨가제 사용을 최소화했는지 쫄깃함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의 면, 웤에서 방금 볶아내어 먹음직스럽게 스뎅 그릇에 담아준 간짜장 소스를 받자마자 괜히 행복이 차올랐다. 상상했던대로 여타 식당의 달디 단 감칠맛은 배제되어 있었고 그 자리를 식감을 살려 볶아낸 야채 재료 본연의 맛과 춘장의 구수함이 차지했다.
12. 정말 정말 보고 싶었던 돼지고기가 들어간 옛날 볶음밥도 미치도록 반갑다. 기름을 적게 쓴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볶아내어 볶음밥을 들어올려도 그릇에 기름기 하나 보이지 않는데다 밥알 하나하나 코팅되어 입안에서 노니는 식감이 참 행복하다.
13. 최만복 사부는 팔십 중반의 나이에도 앞치마를 두르고 여전히 주방을 호령하고 있지만, 이제 주방에서 웤과 까오기를 들고 불에 맞서는 실질적인 주인장은 노사부의 아드님이신 최병학 사부(2대)이다.
참 다행이다!
죽산분식의 전통과 원칙, 맛이 그대로 대물림되어서..
잇포
옛날 스타일의 노포 중국집이다. 이런곳에 오면 다른 것보다 볶음밥을 먼저 먹어보게 된다. 볶음밥은 역시 기대에 부합하게 밥알이 하나하나 코팅되어 입안에서 살아 움직인다. 자장면도 옛날 스타일대로 나왔고 만두도 저렴한 가격대비 양이 많다.
Luscious.K
#경기도 #안성 #죽산분식
"50년의 고집, 50년의 사랑으로 탄생한 간짜장"
1. 중식당의 이름은 주로 -반점, -각, -원, -관, -루, -방 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모두 집, 건물, 정원 같은 장소를 나타낸다.
화교의 중식당은 대부분 이런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죽산분식>의 작명은 참으로 특이하면서 이름을 통해서 화상식당이 아니고 식당 하신지 최소한 40년 이상은 됐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게 한다.
2. 보통 분식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밀가루를 이용한 스낵 수준의 음식을 파는 곳이라고 알고 있지만 수원의 <중화분식>과 안성의 <죽산분식> 같이 중식당에 분식이라는 이름을 붙은 곳을 발견하는 일도 있다.
실제로 1954년에 발효된 미국의 PL480이라는 법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값싼 미국의 밀이 들어오게 되면서 쌀 소비를 줄이며 밀 소비를 늘리려는 <분식의 날> 같은 밀 소비 장려운동이 정부 차원에서 일어났고 이로 인한 제빵, 라면 산업의 발전, 떡볶이와 칼국수의 부흥 등도 이 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중국집인데 분식이라는 상호를 쓰는 집은 최소 40-50년의 역사를 가진 업소로 판단이 되고 정부 시책에 맞춰 국수를 파는 곳이라는 의미로 <OO분식>이라고 이름을 지었으리라 예상을 할 수 있다.
3. 아무튼 굉장히 독특한 맛의 간짜장을 만드는 곳으로 알려진 안성의 죽산분식은 이름만 들어도 50년 정도의 내공이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집임이 느껴지는데, 오랫동안 가고싶다가 이제서야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읍내의 상가 같은 건물에 위치한 작은 식당인데, 입구에 맛집이 아니라 오래된 집이고 많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겸양의 글이 써져 있다. 알고보니 2018년에 생활의 달인에 간짜장 달인으로 소개가 되면서 손님 폭풍의 경험을 한 차례 하셨던 모양이다.
다행히 지금은 방송 버프는 빠지고 간짜장 메니아나 동네 주민들이 주로 찾는 오래된 동네 중국집의 모습을 하고 있다.
4. 가게에 들어서면 新久가 조화된 모습이 눈에 띄는데, 이집은 가족이 운영하면서 기술의 승계가 되고 있는 집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집의 신구의 조화고 노포중국집 메니아로서 기분까지 좋아지는 모습이다.
머리 허여신 1대 사장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남자분이 웍을 잡으신다. 서빙은 아주 친설하신 여성분이 하시는데 (따님 또는 며느님으로 예상) 굉장히 시스테믹한 서빙을 하시고 목소리가 다정다감하다.
리모델링을 하셨는지 한쪽 벽면의 미닫이 방문은 꽤 새걸로 보이지만 옛날 중국집의 온돌방 같은 모습이 재밌는데 그 옆에는 1회용 앞치마가 걸려져 있는 것은 또 현대적이다.
그러면서 양은 주전자에 물을 서빙해 주시는 모습은 아직도 70년대의 모습이니 식당을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 어찌 재미가 없겠나 ㅎㅎ
5. 간짜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이미 이집의 간짜장은 <무>라는 특별한 재료가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맛에 참 기대가 됐다.
얼마 전 예산의 <시장반점>에서도 무를 사용했는데 옛날 냉장고도 없던 시절에 오래 보관 가능한 야채를 찾다 보니 무가 안성맞춤 이였다고 들었다. 다시말해 무를 사용하는 집은 정말로 오래된 집이고 옛방식 그대로 간짜장을 만든다는 소리다.
6. 간짜장을 받아들면 가지런히 정렬된 면빨이 마치 츠케멘집에서 면을 받은 느낌이다.
살짝 연한 갈색 빛 나는 면빨은 첨가제에 의한 노란색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직접 반죽을 해서 자가제면 하신다고 하시니 그 맛에 기대감이 상승한다.
재미있게 장은 스텡그릇에 주신다. 이 역시 신구의 조화 같은 느낌이 난다. 음식의 비주얼과 서빙부터 너무나 재미있는 집이다.
7. 장은 굉장히 검은 색이다. 재료들은 양파와 양배추 보다는 주키니 같은 각진 채소들이 훨씬 많은데 잘 보니 큼지막한 무와 감자 다이스다.
확실히 양파 보다는 주키니와 무가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차지하고 고기도 넉넉하게 들어간다. 이런 재료의 구성은 또 처음이다.
앞서 언급한 시장반점은 양파가 위주고 무가 식감 도우미로 들어가는 반면, 여기는 무가 위주이고 양파는 오히려 식감 도우미가 된다.
정말 반전이 있는 간짜장이다.
8.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맛을 보면 더욱 깜짝 놀라는데, 본인도 짜장, 간짜장 꽤 먹어 봤지만 이집 같은 간짜장은 처음이다.
첫 느낌은 쿰쿰한 된장에 후추를 뿌려 볶은 듯한 희한한 맛이 난다. 당연히 단맛은 전혀 없고 짠맛과 구수한 맛만 진동을 한다.
계속 음미하면 쿰쿰함은 더욱 증가하고 아릿한 맛이 나는데, 그 맛의 근원이 대량의 무라는 것을 곳 알게된다.
다시말해 무가 식감용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맛을 지배하는 맛재료로 사용이 된 것이다.
춘장도 일반 시판용 춘장이 아니라 콩죽으로 직접 만든 춘장이라고 하니, 들큰한 맛이 있는 시판용 춘장과는 완전히 다른 쿰쿰한 맛이 지배적일 수 밖에 없다.
9. 솔직히 입에 넣는 순간 <맛있다>를 외칠 수 없다.
너무나 생소한 맛이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웃음이 막 나오는 맛이다.
하지만 신선하게 볶아진 대량의 주키니, 고기, 무, 감자 등을 먹으면서 느껴지는 맛은 고소함으로 바뀌고 쿰쿰함과 아릿한 맛은 중독으로 바뀐다.
이런 똑같은 경험을 신수동의 <국물떡볶이>에서도 했는데, 단맛 1도 없는 떡볶이 국물은 절대 맛있는 것이 아님에도 기가막히게 중독성을 준다.
10. 맛있다, 맛없다를 논하는 것은 거만일 듯 하다.
50년 세월에 정립된 이집만의 노력과 내공이 들어가 있는 간짜장이다.
세속에 휘둘리지 않고 유지한 이집만의 맛이다.
그게 좋다면 다시 오면 되고, 싫다면 안오면 그만이겠다.
하지만 나는 이집 맛이 <너무 좋다>
<꼭 다시 오겠습니다. 그 때까지 건강하세요 사부님>
이날 또 한명의 간짜장 명인을 만났네 ㅎㅎ
PS: 죽산분식에 대한 블로그의 리뷰를 보면 특이한 맛이라고는 표현을 했지만 그 맛이 어디서 오는지, 무가 들어갔는지도 언급하는 블로거가 거의 없다. 아니, 들어가 있는줄도 모르는 것 같다.
생달의 인기에 편승해 조회수를 늘리려는 수준의 글들이 대부분인 듯 해보이는데, 이집은 그런 취급을 받을 곳이 절대 아니다. 진정한 짜장면 메니아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귀하고 독특한 맛으로 기억이 되야할 소중한 곳이다.
부디 이곳 사장님 내외분도 건강하게 오래 계셨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동네식당응원프로젝트
#러셔스의베스트간짜장
#러셔스노포
Luscious.K
#경기도 #안성 #죽산분식
"50년의 고집, 50년의 사랑으로 탄생한 간짜장"
1. 중식당의 이름은 주로 -반점, -각, -원, -관, -루, -방 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모두 집, 건물, 정원 같은 장소를 나타낸다. 화교의 중식당은 대부분 이런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죽산분식>의 작명은 참으로 특이하면서 이름을 통해서 화상식당이 아니고 식당 하신지 최소한 40년 이상은 됐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게 한다.
2. 보통 분식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밀가루를 이용한 스낵 수준의 음식을 파는 곳이라고 알고 있지만 수원의 <중화분식>과 안성의 <죽산분식> 같이 중식당에 분식이라는 이름을 붙은 곳을 발견하는 일도 있다. 실제로 1954년에 발효된 미국의 PL480이라는 법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값싼 미국의 밀이 들어오게 되면서 쌀 소비를 줄이며 밀 소비를 늘리려는 <분식의 날> 같은 밀 소비 장려운동이 정부 차원에서 일어났고 이로 인한 제빵, 라면 산업의 발전, 떡볶이와 칼국수의 부흥 등도 이 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중국집인데 분식이라는 상호를 쓰는 집은 최소 40-50년의 역사를 가진 업소로 판단이 되고 정부 시책에 맞춰 국수를 파는 곳이라는 의미로 <OO분식>이라고 이름을 지었으리라 예상을 할 수 있다.
3. 아무튼 굉장히 독특한 맛의 간짜장을 만드는 곳으로 알려진 안성의 죽산분식은 이름만 들어도 50년 정도의 내공이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집임이 느껴지는데, 오랫동안 가고싶다가 이제서야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읍내의 상가 같은 건물에 위치한 작은 식당인데, 입구에 맛집이 아니라 오래된 집이고 많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겸양의 글이 써져 있다. 알고보니 2018년에 생활의 달인에 간짜장 달인으로 소개가 되면서 손님 폭풍의 경험을 한 차례 하셨던 모양이다. 다행히 지금은 방송 버프는 빠지고 간짜장 메니아나 동네 주민들이 주로 찾는 오래된 동네 중국집의 모습을 하고 있다.
4. 가게에 들어서면 新久가 조화된 모습이 눈에 띄는데, 이집은 가족이 운영하면서 기술의 승계가 되고 있는 집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집의 신구의 조화고 노포중국집 메니아로서 기분까지 좋아지는 모습이다. 머리 허여신 1대 사장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남자분이 웍을 잡으신다. 서빙은 아주 친설하신 여성분이 하시는데 (따님 또는 며느님으로 예상) 굉장히 시스테믹한 서빙을 하시고 목소리가 다정다감하다. 리모델링을 하셨는지 한쪽 벽면의 미닫이 방문은 꽤 새걸로 보이지만 옛날 중국집의 온돌방 같은 모습이 재밌는데 그 옆에는 1회용 앞치마가 걸려져 있는 것은 또 현대적이다. 그러면서 양은 주전자에 물을 서빙해 주시는 모습은 아직도 70년대의 모습이니 식당을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 어찌 재미가 없겠나 ㅎㅎ
5. 간짜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이미 이집의 간짜장은 <무>라는 특별한 재료가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맛에 참 기대가 됐다. 얼마 전 예산의 <시장반점>에서도 무를 사용했는데 옛날 냉장고도 없던 시절에 오래 보관 가능한 야채를 찾다 보니 무가 안성맞춤 이였다고 들었다. 다시말해 무를 사용하는 집은 정말로 오래된 집이고 옛방식 그대로 간짜장을 만든다는 소리다.
6. 간짜장을 받아들면 가지런히 정렬된 면빨이 마치 츠케멘집에서 면을 받은 느낌이다. 살짝 연한 갈색 빛 나는 면빨은 첨가제에 의한 노란색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직접 반죽을 해서 자가제면 하신다고 하시니 그 맛에 기대감이 상승한다. 재미있게 장은 스텡그릇에 주신다. 이 역시 신구의 조화 같은 느낌이 난다. 음식의 비주얼과 서빙부터 너무나 재미있는 집이다.
7. 장은 굉장히 검은 색이다. 재료들은 양파와 양배추 보다는 주키니 같은 각진 채소들이 훨씬 많은데 잘 보니 큼지막한 무와 감자 다이스다. 확실히 양파 보다는 주키니와 무가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차지하고 고기도 넉넉하게 들어간다. 이런 재료의 구성은 또 처음이다. 앞서 언급한 시장반점은 양파가 위주고 무가 식감 도우미로 들어가는 반면, 여기는 무가 위주이고 양파는 오히려 식감 도우미가 된다. 정말 반전이 있는 간짜장이다.
8.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맛을 보면 더욱 깜짝 놀라는데, 본인도 짜장, 간짜장 꽤 먹어 봤지만 이집 같은 간짜장은 처음이다. 첫 느낌은 쿰쿰한 된장에 후추를 뿌려 볶은 듯한 희한한 맛이 난다. 당연히 단맛은 전혀 없고 짠맛과 구수한 맛만 진동을 한다. 계속 음미하면 쿰쿰함은 더욱 증가하고 아릿한 맛이 나는데, 그 맛의 근원이 대량의 무라는 것을 곳 알게된다. 다시말해 무가 식감용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맛을 지배하는 맛재료로 사용이 된 것이다. 춘장도 일반 시판용 춘장이 아니라 콩죽으로 직접 만든 춘장이라고 하니, 들큰한 맛이 있는 시판용 춘장과는 완전히 다른 쿰쿰한 맛이 지배적일 수 밖에 없다.
9. 솔직히 입에 넣는 순간 <맛있다>를 외칠 수 없다. 너무나 생소한 맛이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웃음이 막 나오는 맛이다. 하지만 신선하게 볶아진 대량의 주키니, 고기, 무, 감자 등을 먹으면서 느껴지는 맛은 고소함으로 바뀌고 쿰쿰함과 아릿한 맛은 중독으로 바뀐다. 이런 똑같은 경험을 신수동의 <국물떡볶이>에서도 했는데, 단맛 1도 없는 떡볶이 국물은 절대 맛있는 것이 아님에도 기가막히게 중독성을 준다.
10. 맛있다, 맛없다를 논하는 것은 거만일 듯 하다. 50년 세월에 정립된 이집만의 노력과 내공이 들어가 있는 간짜장이다. 세속에 휘둘리지 않고 유지한 이집만의 맛이다. 그게 좋다면 다시 오면 되고, 싫다면 안오면 그만이겠다. 하지만 나는 이집 맛이 <너무 좋다>
<꼭 다시 오겠습니다. 그 때까지 건강하세요 사부님>
이날 또 한명의 간짜장 명인을 만났네 ㅎㅎ
PS: 죽산분식에 대한 블로그의 리뷰를 보면 특이한 맛이라고는 표현을 했지만 그 맛이 어디서 오는지, 무가 들어갔는지도 언급하는 블로거가 거의 없다. 아니, 들어가 있는줄도 모르는 것 같다. 생달의 인기에 편승해 조회수를 늘리려는 수준의 글들이 대부분인 듯 해보이는데, 이집은 그런 취급을 받을 곳이 절대 아니다. 진정한 짜장면 메니아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귀하고 독특한 맛으로 기억이 되야할 소중한 곳이다. 부디 이곳 사장님 내외분도 건강하게 오래 계셨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동네식당응원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