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in B
어쩐지 스산한 곰탕집. — 곰탕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서울을 샅샅이 뒤지다 찾아낸 곳. 노포처럼 보이는데 리뷰도 거의 찾을 수 없고, 도저히 서울이라 믿을 수 없는 외관도 흥미로워 체크해두었던 곳이다. 어제 딸과 함께 방문을 했는데… 실물이 깡패. 청색 기와와 새파란 대문이 시선을 강탈한다. 낡은 나무간판 위에 파란색 한자어로 쓰인 옥호의 고풍스러움은 분명 내가 사는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식당 안의 모습은 더욱 놀라웠는데, 몇십년은 족히 되어보이는 고가구들과 자개장, 장승, 하회탈, 골동품들로 가득차있어 식당의 문이 아닌 시공간의 문을 연 기분이 든다. 특히 파가 들어있는 통의 임팩트는 상상초월. 노부부 사장님과 나이가 지긋한 직원 한 분이 웃으며 맞이해 주셨는데, 하필 마감시간에 임박해 간지라 식당엔 나와 딸 밖에 없었다. 노래도 흐르지 않는 고요함 속에 긴장을 느낀 딸이 슬며시 아빠 옆자리로 와 앉는다. 이윽고 주문한 특곰탕이 놋그릇에 담겨 나왔다. 맑지만, 어쩐지 탁한 국물 속에 큼직한 고기덩어리가 듬뿍 담겨져있다. 국물은 간장의 감칠맛이 담긴 것이 <애성회관>이나 <이도곰탕>이 떠오르는데, 육향은 훨씬 묵직하다. 고기는 양지와 차돌, 아롱사태, 양 등을 투박하게 썰어 우직하게 조리해낸다. 부드럽기 보단 퍽퍽함에 가까운데, 우적우적 씹는 재미가 있어 또 곧 잘 들어간다. 외부의 시간과 단절된 이곳에 참 잘 어울리는 맛이다. 나가면서 딸과 내가 번갈아 화장실을 썼는데, 나와보니 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왠지 모를 섬뜩함에 딸의 이름을 목놓아 외쳤는데, 할머니 사장님이 딸 안에 있는데 왜 그러냐고 하셔서 머쓱하게 상황 종료. 식당 밖으로 나왔는데 왜 영화 <곡성>을 보고 나온 기분이 드는지. 음식 외로 받은 임팩트로는 인생을 통틀어 손에 꼽을 식당이었다. instagram: colin_be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