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남항시장 내 제주식 찹쌀순대가 인상적인 국밥집>
남포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영도대교를 건너 도착한 남항시장. 수차례 영도를 오가며도 한 번도 들르지 못해 늘 궁금했는데 마침 여기에 가보고 싶은 국밥집이 두 곳 있었다.
바로 이곳과 제기돼지국밥으로 시장 아케이드에서 투톱을 이루고 있는 걸로 보인다. 어딜 가도 상관은 없었지만 순대가 당겼던 터라 순대에 강점이 있는 이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
상호로 미루어보아 제주도와 연관을 가진 집임은 분명하고 그런 걸로 알아 이를 확인하려 돼지국밥에 순대 한 접시를 주문했다. 김치, 깍두기는 셀프고 둘 다 적당히 달며 시원했다.
먼저 순대가 준비됐고 일부러 내장을 섞지 않고 순대만 달라고 요청했다. 소자임에도 대략 스무 점은 되었고 피순대 같은 비주얼부터 당면 순대와는 결을 달리하는 찹쌀순대였다.
우선 창자 사이로 선지가 버무려진 찹쌀이 밀도 높게 채워져 구수함이 상당히 좋았다. 쫀득하게 입천장과 혀에 달라붙었고 담백함 자체가 매력 있어 뭘 따로 안 찍어도 괜찮았다.
이어 돼지국밥은 부산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예전에 제주도에서 먹었던 국밥과 유사하게 사골 뉘앙스가 강한 국물에 부추가 기본으로 들어가 있었고 대체로 터프한 인상이었다.
어딘가 순댓국을 연상시키는 진하고 꼬리꼬리한 맛이 느껴졌는데 국물 점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감칠맛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편도 아니라 새우젓을 조금 넣었더니 한결 나아졌다.
고기는 살코기 위주였지만 고깃결 반대 방향으로 어슷하게 썰어 넣어 결감이 선명하되 국물과 함께 후루룩 넘어갔다. 특별히 고기가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국물과 제법 잘 맞았다.
양념장을 풀어 칼칼하게 먹으니 비로소 자연스러웠고 순대를 먹다 목이 퍽퍽할 때 술술 떠먹기에 곧잘 들어갔다. 토렴된 밥알은 포슬포슬하게 풀려 국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몇 알 남은 순대를 말아 즐기니 온기가 더해지며 국물의 육향이 속까지 스며들었다. 순대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인 동시에 순대의 임팩트가 돼지국밥을 능가한단 방증이기도 했다.
권오찬
#부산 #제주할매순대국밥 #수육백반
* 한줄평 : 부산 영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돼지국밥 노포
1. 부산 영도 남항시장의 좁은 골목을 걷다보면 1975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제주할매 순대국밥>을 만나게 된다. 제주 출신 오복생 할머님께서 문을 연 이 식당은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아들 내외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반백년 세월을 한결같이 변함없는 맛을 내며 부산 영도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2. 돼지국밥은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그 뿌리는 한국 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그 이전에도 돼지고기와 뼈를 삶아 먹는 탕반 형태의 음식이 있었으나 현재 우리가 관념적으로 인지하는 돼지국밥의 태동은 그 즈음으로 본다.
3. 한국전쟁 당시 부산은 국군와 연합군이 낙동강 전선을 지켜냄으로써 유일하게 북한 공산당군에게 침공당하지 않은 대도시로 피난 정부가 세워졌던 곳이다. 그리하여 부산은 당시 전국 팔도에서 몰려든 피난민들이 터를 잡으며 생계를 이어나가던 삶의 터전이었다. 당시 고기는 귀한 식재료였고, 값비싼 소고기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 뼈와 부속물을 활용해 만든 돼지국밥은 고향을 잃은 피난민들에게 따스함을 건네는 <위로>였을테다.
4. 어떠한 연유로 제주의 오복생 할머님께서 영도에 자리잡았는지 연원을 알 수 없으나 거칠었던 대한민국의 현대사 흐름 속에서 아마 우리가 예상하는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을 것 같다.
5. 어찌됐거나 이 집에서 꼭 경험해봐야 하는 음식은 <제주식 찹쌀 순대>이다. 제주식 순대는 본토와는 달리 야채를 사용하지 않고 찹쌀을 주재료로 사용하여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제주말로 순대를 <순애>라고 하는데 며칠간 이어지는 가문잔치(혼례)의 대표 음식으로 소독 효과가 있는 초간장에 찍어먹는 것 역시 제주식 순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6. 이미 부산에 자리잡은지 반백년이 흘렀으니 온전한 제주식 순대는 아닐지라도 앞서 언급한 특징이 잘 녹아 있는데다 재래 시장 특유의 소박한 정겨움이 식당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어 먹는 내내 흥겨웠더랬다.
7. 정갈하게 썰어낸 삼겹살 수육백반 역시 일품이다. 얇게 썰어낸 삼겹살 수육은 기름기가 적당히 녹아들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내가 부산을 찾을 때마다 꼭 한 끼니는 돼지국밥을 우선 순위로 두는 이유는 아마도 부산의 돼지국밥은 음식을 넘어 부산의 소울을 담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 맛본 부산이 참 맛있었다.
식목일맨
시장 한가운데 있었던 국밥집
돼지냄새가 많이나고 쿰쿰할거라는 의심과 달리
매우 깔끔한 맛이어서 놀랐다
윽히 모둠순대에서도 내장과 간 모두 비린맛 없이 고소했으며, 순대는 적당한 향과 식감이 어우려져 역겨운 맛 없이 요리를 먹는 느낌이었다
국밥에 다대기와 부추를 그냥 미리 때려넣어 주는 자신감에 놀랐고, 맛을보니 짜지않고 깔끔한 맛에 한번 더 놀랐다
위치가 영도라서 아쉽지만 만약 가게 될 일이 있다면
이곳 추천
대구 촌놈
부산 영도 남항시장에 위치한 곳이며 로컬맛집이다. 손님들은 남자 어르신들이 많았다. 반주를 할 정도이다.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요리전문가가 방문한 날은 휴무날이라 옆집에 갔다는 썰이 있을 정도로 정말 맛있는 곳이다. 물론 호불호가 좀 심한 편일 수가 있다.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가 있는 편이다. 그런데 역한 편은 아니지만 싫어하는 분도 분명히 있을지니 참고하시길.. 개인적으로 누린내는 처음에 좀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머릿고기 때문에 잡내, 잡생각이 사라졌다..다대기를 충분히 풀어 먹으면 그깟 냄새 쯤이야..ㅎ 그리고 일단 가성비가 정말 좋다. 요즘 돼지국밥도 지방도 8천 원 하는 곳도 드물 정도인데.. 거기다가 양도 충분히 많다. 가게 들어서면 누린내가 좀 심하지만 고기 하나는 맛있다. 무조건 머릿고기를 한 접시 시켜야 한다.! 이곳이랑 바로 옆집 재기 국밥이랑은 결이 달라서 본인 취향이 따라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