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쭉쭉 잘 드가는 달짝지근한 오징어회 / 2022년 11월경 방문>
오징어를 좋아하지만 주로 볶음이나 튀김을 통해 접해봤지 회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징어회는 다른 회에 비해 기생충 논란이 좀 따르기에 검증된 오징어회 전문점을 방문했다.
주변으로 포장마차 스타일의 가게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던데 대부분 횟집이다.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주로 아저씨들 여럿이서 모여 소주 한잔 거하게 나누시는 분위기다.
회만 먹으면 좀 물리니까 오징어 두 마리를 회랑 먹통으로 하나씩 부탁드렸다. 마리당 3만 원 정도 했는데 요즘 오징어 가격이 금값인데다 스끼다시 포함되어 있어 나쁘지 않았다.
스끼다시는 싱싱한 생채소 위주였는데 오징어전 하나만으러 안주로 삼기 충분했다. 오징어전에는 오징어가 푸짐하게 들어있었으며 무엇보다 갓 부쳐 내줘 뜨끈뜨끈하고 바삭했다.
오징어회는 머리, 몸통, 다리 이렇게 세 부위를 한 접시에다 다 담아준다. 얇게 썬 오징어 위에 깨소금만 뿌려놓고 아무 간을 안 했지만 한 점 맛보면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을 감싼다.
오징어가 탱글탱글 씹히면 칼질이 잘 된 거라던데 얇고 촘촘하게 썰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식감이 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부위별로 식감도 달라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먹통은 회를 다 먹어갈 때 나올 줄 알았는데 회와 거의 동시에 나왔다. 갓 잡은 오징어를 끓는 물에 적당히 데쳐내 전혀 질기지 않고 쫄깃하면서 부드러우며 내장 맛도 진하게 났다.
오징어 몸통에 먹물과 내장이 흐를 듯 가득 차 살짝 비린내가 나긴 났지만 그래서 더욱 고소하고 술도 잘 들어갔다. 배가 불러 반 정도 남겼는데 계속 생각이 나서 아쉬울 따름이다.
술을 더 마시라는 배려인지 막판에 맑은 백합탕이 서비스로 나왔는데 국물 한입하자 숙취가 리셋되는 느낌이었다. 들어간 건 별로 없으나 백합이 씨알이 커서 국물이 정말 시원했다.
아무래도 회다 보니 물리기 전까지 기분 좋게 먹고 일어나 2차로 넘어갔다. 요즘 날이 추운데 배울 게 많은 형님께서 귀한 안주를 쏘시고 귀한 말씀까지 해주셔서 따듯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