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전 예전에 책 만드는 일을 했었는데요, 원고는 저자가 쓰고 표지는 북 디자이너가 한다고 말하면 (심지어 제 경우엔 교정교열도 외주로 했는데) 그럼… 편집자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나요? 라고 사람들은 묻곤 하죠. 전 그걸 ‘영화감독’에 비유 했어요.
숙련된 편집자라면 일반 단행본 기준 2달이면 편집을 마무리 해 책 한권을 내는데요. 그 두 달 동안 제목을 정하고, 책 포지셔닝을 잡고, 컨셉/타겟/주제를 뾰족하게 잡아 그에 맞춰 띠지 카피를 쓰고, 부제를 정하고, 저자 소개, 소제목, 구성 배치, 추천사, 적절한 표지 방향 등을 촘촘히 설계해 빌드업 합니다. 이 과정은 어느 매대에 책이 놓일지와 제목/표지 등에 대해 저자를 이해 or 설득 시키고, 언론 대상 릴리즈와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게 노출, 마케팅 기획 전반이 수반 됩니다.
제게 이 가게는 그런 기획의 집합체에요. 코로나 시대 크게 규모를 키운 먹인플루언서들은 사실 외식업자였거나 결국 외식업자가 되었는데 여길 만든 내궁님과 테디뵈르, 골든피스를 만든 뚜기님이 먹인플루언서 출신의 젊은 기획자로는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죠.
만드는 과정 자체가 누군가의 기획 노트를 훔쳐보듯, 그 결과물이 궁금해서라도 안 가볼 수가 없어요. 동시대를 살며 그런 기획자들의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언제나 재밌습니다. 맛을 떠나 자아와 의뢰인의 성공 사이 아슬아슬 맞춰낸 것들이 그 고민의 결들을 담아내 차별점 또는 배울 점을 주거든요.
제겐 이 분 https://polle.com/rumee/posts/2232 또한 그런 경우라 긴 글을 쓴 적이 있지요. 아마도 꽤 오랜 시간 전 저를 ‘기획자’로 정의해왔어서 이런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