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팍
너의 생일을 축하하며,
내게 어떤 이의 탄생은 구원이었고, 어떤 이의 탄생은 삶의 귀감이 되었다. 그리고 이 친구의 탄생은 내게 영감이자 축복이다. 그런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고자, 그가 제안한 스시 오오키를 방문했다. 그리고 내가 의심없이 믿는 그의 취향은 이번에도 미치도록 완벽하게 좋았다.
처음 주문한 사케부터 향긋함이 넘쳐흘렀다. 참돔에 얹어진 상큼함이 팡팡 터지는 유자, 아릿함은 사라진 마늘의 고급스러운 향긋함, 존재감은 확실하지만 날생선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시소와 실파들. 완벽하게 숙성된 황돔에 감칠맛을 더하는 어란의 짭쪼름한 향,아찔하도록 눅진한 우니와 안키모, 그리고 눈처럼 녹아내리던 그 모든 생선들.
두번째 사케의 미미한 탄산이 주는 간지러운 기분좋음, 그리고 너스레 좋은 친구의 사교성에 한없이 유쾌해졌던 오오키에서의 시간. 셰프님의 훌륭한 음식과 이토록 좋은 음식과 웃음을 나눌 친우가 있어 더없이 좋은 순간. 친구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마련한 자리인데 오히려 나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만큼 기쁘고 행복했다.
집에 돌아오며, 역시나 친구가 추천해준 Fetty Wap의 앨범을 재생했다. 이제 막 다가온 겨울의 찬바람이 숨결깊이 청량해서, 달이 참 밝아서, 귀에서 둥둥 거리는 음악이 지나치게 좋아서 하마터면 웃다가 눈물이 날 뻔했다. 그의 취향을 접하며 나역시 한없이 넓어지는 기분.
그래서 결론은, 태어나줘서, 나사빠진 나같은 인간이랑 친구해줘서 고맙다고. 생일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