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찬
#함양군 #식당운학정 #산채정식
* 한줄평 : 지리산의 맛, 경남 함양의 산채정식
1. 한국인은 <밥심>으로 살아간다지만,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은 1인당 56kg의 고기를, 55kg의 쌀을 먹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어쩌다 먹는 고기반찬이 아니라 하루 세끼 먹는 밥만큼 일상생활에서 고기를 먹는다는 의미이다.
2. 한국인의 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못해 과한 수준이라 조선시대 초기에는 농사의 주요 자원인 소를 보호하기 위해 <우금령>을 시행하기도 했고, 가까이로는 한국전쟁 직후 고기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 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매주 수요일을 <무육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섬나라 일본의 식문화인 스시 오마카세의 돌풍이 <한우 오마카세>로 한국화된 것도 한국인의 고기 사랑에 대한 단적인 증거이다.
3. 한국인의 고기 사랑이 과하다보니 대중식당에서 주연급 반찬은 대부분 고기인 경우가 많은데 고기 없이 제공되는 산채 정식 한상이 이렇게나 만족스럽다니 정말 행복한 경험을 했다.
4. 주문한 메뉴는 인당 11천원의 산책정식으로 맛깔나게 구워낸 조기를 포함하여 13가지 찬과 국이 제공된다. 이 식당이 소재한 함양군 마천면은 지리산을 품은 동네라 그런지 산나물 요리가 특히 발달한 곳이다.
5. 거기에 식당운학정 안주인의 손맛이 더해지니 내가 전국을 여행다니며 만난 지역 특산품으로 빚어낸 백반 중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통상 나물무침은 참기름, 참깨의 과도한 사용으로 꼬수한 맛은 있으나 나물 본연의 맛은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나물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모두 살아있을 정도로 주인장 솜씨가 대단하다.
6. 부드럽기 이루 말할 수 없이 잘 삶아낸 고사리, 식감을 비교하며 음미하듯 먹었던 건조시킨 취나물과 생취나물, 삼삼하게 조려낸 뒤 새우젓을 올려 감칠맛을 자아낸 두부조림, 잔멸치와 함께 볶아낸 청양고추 등 일반적인 산채나물 식당에서는 만나기 힘든 진귀한 레서피로 만든 한상 차림이 정말 맛깔난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바삭함이 일품이었던 김부각이다.
# 추가잡설
아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의 테마는 늘 해당 지역의 역사적인 인물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것이다. 경남 함양은 덕유산과 지리산으로 둘러싸여 천혜의 자연 환경이 장점이나 반대로 외부와의 지리적 단절로 역사에서 주요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구국의 위인과 인연이 닿은 곳이 아니다보니 인지도는 같은 군단위 지역인 담양, 정선, 영월, 하동 등에 비해 아무래도 부족하다.
함양은 한반도 최고의 천재라 일컫는 신라의 문신 최치원이 태수로 부임하여 한반도 최초로 수해 방지 인공수림을 만든 곳이고, 열하일기와 허생전의 작가인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 문물을 살피고 돌아와 물레방아를 처음으로 시연한 지역이다. 또한 가루지기 타령의 주인공인 변강쇠와 옹녀가 살았던 지역으로 함양의 오도재라는 고갯길에는 실제 이들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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