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프로다이닝
[겨울이 와야 봄이 따뜻했음을 느낀다] 9월 동기모임. 매달 걷는 회비가 어느덧 많이 모여, 우리는 회사 인근 노량진에서 동기모임을 가졌다. 종목은 킹크랩. 우선, 킹크랩으로는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 2키로대를 주문하였다. 결론은, 역시 킹크랩은 킹크랩. 무척 맛있으나, 2키로대는 살이 너무 적어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졸업하던 해인가 아무튼 그때 즈음. 킹크랩 먹을까?" 한마디와 함께 우리 가족은 노량진으로 향했다. 수족관 킹크랩을 실컷 구경하다가, 가격을 물어보고는 깜짝 놀라 이게 맞나 싶어 하던 나였다. 그리고는 혹여나 부모님께서 돈을 너무 많이 쓰실까 살짝 걱정돼서 일부러 작은걸 고르려 하던 찰나. 형은 그런 나를 보고혀를 끌끌 차더니, 저 집 사장님이 인상이 좋다며 성큼 성큼 걸어갔다. "킹크랩. 4키로대. 다리 하나 떨어진거면 좋구요." 이 세마디와 함께 킹크랩을 사서 양념집으로 올려 보내고 당당하게 (?) 아빠 카드를 긁던 그때의 형이 떠오른다. 어찌나 얄밉던지. 그러나, 김이 모락모락, 보기좋게 쪄나온 킹크랩을 한 입 먹자 생각이 바뀌었다. 오 형님. 그는 알고보니 엄청난 노량진잘알 + 킹크랩잘알이었던 것이다. 4키로대에 다리 한마리 핸디캡을 주고 가격을 네고친 그는, 노량진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싸게, 가장 맛있는 킹크랩을 먹을 수 있는지 통달했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에게 킹크랩의 기준은 4키로대 + 다리 하나 빠진 킹성비 킹크랩이 되어버렸다. 형의 선택에 대한 그리움은 이날 2키로대 킹크랩을 먹으면서 더욱 커졌는데, 맛은 있는데, 성에는 안차는 2키로대의 킹크랩은 성에 안차서 흡사 시식코너를 방불케 했다. 물론 이걸 직접 골랐으니 할말도 없을 터... 겨울이 와야 봄의 따스함을 느낀다고. 아 형님, 그가 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