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나리아
변변한 디저트 집이 없다시피한 동네에 드디어! 구움과자 가게가 들어왔다. 몇 주간 구움과자가 이유 없이 너무 너무 먹고 싶었는데 그 갈망을 해소해줄 곳이 마침내 생긴 것이었다! 부잣집 영애 알현하는 마음으로 광광 울며 뛰어갔다. (사실은 몇 달 전 일이다.) 마들렌, 휘낭시에, 마카롱을 판다. 기본 마들렌과 휘낭시에가 없어서 괜히 의심이 들었다. 그냥 잘 안 팔려서 안 만드시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맛있다 vs 괜찮다 사이에서 고민했다. 특정 메뉴 하나 먹고 감탄 나올 정도로 맛있었던 건 없었다. 그치만 앉은 자리에서 구움과자 5개 먹어 치워놓고 괜찮다 주는 건 파렴치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가게를 길이길이 보전해서 계속 필자 본인이 단 거 사먹어야 되므로.. 맛있다 고고! ■ 블루베리 크럼블 휘낭시에 (2,700) 가장 먼저 먹은 것. 휘낭시에 2개 먹어봤는데, 이 집 휘낭시에들은 땅땅땡땡한 식감인가보다. 부드럽거나 촉촉한 거 아니고 꽉 끼는 옷 입은 것처럼 진짜 땡땡!했다. 순식간에 먹어치워서 식감만 기억에 남는다.. 크럼블은 엄청 바삭하진 않았고 소보루빵 위에 올라간 소보루 정도였다. 사실 존재감은 적었다. ■ 플로랑탱 휘낭시에 (2,900) 얘를 마지막으로 먹었다. 이 집 디저트 전반적으로 안 달다 싶었는데, 얘만큼은 달았다. 위에 견과류+카라멜이 올라가 있었다. 견과류는 아몬드, 호두, 캐슈넛, 피스타치오(?) 쓰셨는데, 카라멜이 찌이인득하게 달아서 호두 쓴 맛을 덮어줬다. 작은 크랜베리 조각도 하나 장식으로 있었다. 크랜베리 한두조각만 더 올라가면 훨씬 다채롭고 좋을 듯. 빵은 달지 않았는데 역시나 땡땡한 식감이었다. 카라멜+견과류도 밀도 있고 빵도 탱탱해서 씹어먹으려면 턱에 힘 많이 줘야 했다. ■ 쑥 크럼블 마들렌 (2,800) 마들렌은 3개 먹어봤는데 같은 가게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셋 다 식감이 엄청 달랐다. 아마 초콜릿 코팅이 되어 있는지 아닌지의 차이일 것 같다. 진열될 때부터 개별 포장되어있는데도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나..? 이 친구는 초콜릿 코팅이 없었는데 구움과자에서 기대할 맛은 아니었다. 구움과자들의 버터스럽고 기름진 촉촉한 맛 아니고 거의 식빵 느낌이었다. 쑥 향은 어느 정도 잘 났다. 마들렌 외향에 맛은 쑥식빵인 게 괴리감이 커서 또 사먹진 않을 듯. ■ 레몬 마들렌 (2,700) 샤각샤각한 레몬 초콜릿이 빵의 양쪽에 코팅이 되어 있다. 수분을 가득 머금어서인지 거의 카스테라 느낌으로 춱춱했다. 레몬 초콜릿 코팅은 보기보다 셨다. 베어물기 전에 입에 갖다대는 순간 벌써 신맛이 새콤상콤하게 올라왔다. ■ 얼그레이 마들렌 (2,700) 이건 빵 한쪽 면에만 얼그레이 초콜릿 코팅이 되어 있었다. 세 마들렌 중 가장 균형이 맞는 안정적인 식감.. 얼그레이 향도 적절히 남. 아까 쑥도 그렇고, 너무 개성이 강하진 않지만 정체성은 확실히 있는 게 여기 메뉴들 공통점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