쁜지
을지로 마이크로 바이닐 하우스, 금지곡 유머가 반기는 LP 펍
예전에 헬카페 뮤직을 올리면서 이 건물이 통으로 ‘레코드 타워’라고 불린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2층이 펍이라 6시 오픈 시간에 맞춰 근처에서 저녁 먹고 올라와 봤습니다.
문을 열자 대학 시절 음악 동아리 아지트 같은 분위기가 먼저 반깁니다.
빈티지 포스터와 LP 재킷, 장난기 있는 오브제가 공간 곳곳에 포인트처럼 놓여 있습니다.
손님이 뜸한 이른 시간대라 바 카운터 정중앙에 앉아 천천히 공간의 톤을 느껴봅니다.
LP 펍이라기보다 수제맥주 펍과 카페의 경계쯤에 서 있는 곳처럼 느껴집니다.
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건 빠른 템포의 소울, 뒤이어 비지스와 마돈나의 히트 넘버들이었습니다.
그러다 김현철 ‘드라이브’가 이어지며 분위기가 한 번 더 환기됩니다.
이 정도 큐레이션이면 신청곡을 굳이 쥐어주지 않아도 밤의 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벽면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사인이 빼곡하고, 메뉴 보드에는 위트 있는 ‘금지곡’이 적혀 있습니다.
호텔 캘리포니아, 엘 콘도르 파사 같은 곡명 옆에 소심한 농담이 붙어 있어 미소가 납니다.
이 집의 유머감각은 공간의 캐릭터이자 음악 선곡 철학을 드러내는 장치처럼 작동합니다.
맥파이 IPA로 시작해 잔을 비우고, 두 번째는 산뜻하게 미도리 사워를 청했습니다.
쌉싸래한 홉의 긴 여운 뒤로 달콤한 한 잔을 포개니, 음악과 속도감이 잘 맞습니다.
기네스가 제철이라는 말에 잠시 흔들렸지만, 오늘의 공기에는 가벼운 칵테일이 더 어울렸습니다.
기본 안주로 내어주는 팝콘이 큼직하게 나와 의외의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이곳은 우래옥 바로 앞 골목, ‘레코드 타워’ 2층에 자리합니다.
1층은 헬카페 뮤직, 3층은 레코드스톡으로 엘리베이터 없이 층층이 음악이 쌓인 구조입니다.
레코드스톡이 주관하는 ‘레코드 타워 데이’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열리기도 해 1·2·3층이 함께 달아오르는 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