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창
밥과 정, 그리고 밥정
밥은 혼자 먹어도 오로지 맛있지만, 식사란 여럿이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사회적 행동이기도 하다. 이 행동을 통해 관계가 형성되고, 이 관계가 점점 더 좋아지면 정이 들게 된다. 밥정이다. 가족, 식구는 물론이다.
친구, 동료, 선후배, 등 좋아하는 사람들과 밥정이 드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함께 하는 그 자체도 좋지만 어디서 무얼 먹느냐도 중요한 일. 한 쪽이 식사를 내는 입장이면 더욱 음식과 식당 선택에 신경쓰이게 마련이다. 음식은 의전 중의 의전.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내 경험엔 귀한 음식, 비싼 음식도 좋지만 그보다 단골식당 음식이 제일이다. 잘 아는 식당에서 편한 대접이 제일. 최고의 대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쉐프와 혹은 대표와의 좋은 관계, 친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 이상의 음식은 없다. 마치 한 팀이 된듯 한 모습과 그 음식이 최고다. 단골에게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마음을 내어 주니까 그렇다. 쌓인 밥정이 보인다. 어떤 밥보다 더 맛있는 정과 정성을 상에 올려준다.
용인에서 운동하고 일부러 광교에 있는 식당까지 데려가, 민어철이라고 미리 민어코스를 주문해 맛보여 준다. 소담한 식당. 수원법조타운 앞에서 꽤 이름이 났다 한다.
쉐프 내외의 정성과 그 표정을 통해 이 식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느껴진다. 도톰하게 저며낸 분홍색 살점. 숙성을 잘 해 촉촉하다. 부레 얘기, 껍질에 밥 싸 먹다 논밭 다 판다는 속담 얘기. 끝도 없는 민어와 와인 이야기. 소금 찍어 먹는 민어맛도 알려주고. 아끼는 와인을 서슴치 않고 가져온 그 정성. 그 마음이 보인다.
회, 전 등의 민어도 수준급이지만, 대게, 병어조림을 다루는 솜씨도 오랜 업력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수원에 있는 제자들의 밥정이 든 집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최고의 대접이다.
나도 그만 이 식당에 밥정이 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