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찬
#충무로 #진심 #돼지국밥
* 한줊평 : 돼지국밥 한 그릇에 담긴 진심
1. 1970~80년대 찬란했던 영화산업과 더불어 인쇄산업의 메카였던 <충무로> 상권이 변화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망해가는 극장, 전자패드가 종이 교과서를 대체하고, 명함조차 ‘리멤버‘라는 어플리케이션으로 주고받는 시대라 찾아오는 손님 뜸한 인쇄소로 상징되었던 암울한 상권 충무로가 힙지로의 낙수효과를 이어받아 <힙무로>로 거듭나고 있다.
2. 힙무로 상권은 닭백숙 백반으로 사랑받고 있는 사랑방칼국수, 서울 3대 닭곰탕으로 손꼽히는 황평집, 1985년 개업한 이래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필동면옥 등 서울을 대표하는 유명 노포와 최근 개업한 뉴페이스 식당들이 뒤섞여 전통과 현대의 조합이 어우러진 독특한 상권이다.
3. 이 상권에 이자카야(돈암동 성신여대 다노신) 출신 셰프의 <서울식 돼지국밥>을 경험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 하여 다녀왔다. 상호는 <아쉽게도> 진심’..
4. 이자카야 업장을 운영했던 셰프가 운영한다고 해서 나름 한국의 국밥에 일본식 터치가 가미되는 셰프 특유의 <킥>을 기대했건만, 이 집 국밥의 특징은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그저 묵묵히 고기에서 맛을 뽑아내 국물을 만드는 <진심>이다.
5. 그리하여 ‘시간을 이기는 요리는 없다‘라는 셰프의 정직한 요리 철학을 바탕으로 상호를 그리 정한 듯 한데, <아쉽게도> 그런 보통 명사의 상호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요원하다.
6. <진심>의 국밥을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은 바로 난축맛돈이다. 난축맛돈은 일반 돼지고기와 달리 살코기에 촘촘히 지방질이 박혀있어 조리시 지방이 녹아들며 고소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주는 특징을 갖고 있다.
7. 최근 들어 이젠 제법 보이는 <서울식 돼지국밥>의 원형을 제시한 곳은 바로 박찬일 셰프의 <광화문 국밥>이다. 광화문국밥은 얇게 썬 고기를 넉넉히 올리고 맑으면서도 깊은 육수, 정갈한 담음새로 완성되는 서울식 돼지국밥의 원형을 제시한 곳이다.
8. 이후 고수와 비름나물 오일로 독특한 변주를 준 안국동의 <안암>, 미슐랭 빕구르망에 선정되었으며 뉴욕까지 진출한 <옥동식>, 흑백요리사에 더티코리안으로 출연했던 이준호 셰프의 <저저> 등 여러 식당이 그 뒤를 잇고 있다.
9. 공간은 대부분 바(Bar) 형태의 다찌석으로 구성되어 있어 혼밥 혼술 손님에게 특화되어 있으며, 그들을 위한 가성비(6천원)의 미니 냉제육과 제육 간장조림 메뉴가 준비되어 있는 것도 혼밥 손님을 위한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