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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있는 강남(상해) 요리집, 수향
한국의 중식은 오랜 시간 동안 ‘동북식’ 혹은 ‘사천식’이라는 이름 아래 기름지고 맵고 짠 맛으로 대표되어 왔습니다. 특히 ‘중화요리’라 불리는 장르 안에는 사실 ‘중국요리’보다는 ‘한국화된 중국요리’의 색이 짙은 경우가 많죠. 하지만 중국은 워낙 지역이 넓고 음식 문화가 다양한 나라이다 보니, 현지식이라고 해도 그 폭이 넓습니다. 상해나 북경, 혹은 장쑤, 광동 요리를 다루는 집은 그나마 고급 중식당에서야 가끔 볼 수 있는 수준인데, 그조차도 접근성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강남역에 있는 ‘수향’은 꽤 의미 있는 집입니다. 강남역이라는 위치도 그렇지만, 가격대도 아주 높지 않으면서 상해 요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중국 각지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강남에 있는 상해 요리집’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수향은 상해식 요리의 은은한 향과 느낌을 담고 있죠.
처음 딤섬을 시켜 봅니다. 요즘 딤섬 트렌드가 샤오롱바오에서 성젠바오 쪽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인데, 수향에서는 여전히 얇고 촉촉한 샤오롱바오를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피가 얇고 찢어짐 없이 잘 잡힌 샤오롱바오는 기본 이상을 해 줍니다. 다만 딤섬 전문점처럼 ‘예술적 완성도’를 기대하긴 어렵고, ‘식사 전 가볍게 찐빵 하나’의 느낌이죠.
함께 나온 부추 바지락 덮밥은 담백하고 삼삼한 맛입니다. 부추의 향이 바지락의 감칠맛과 함께 조용히 배어들어오고, 자극적인 맛은 없습니다. 다만 이런 식사는 단품으로 먹기보다는 다른 요리에 곁들여야 본래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식당에서의 볶음밥이나 덮밥은 메인 요리가 아니라 곁가지에 가깝죠. 동북 요리에서 계란 볶음밥이 하는 역할과 유사합니다. 곁들여 먹을 반찬으로 갓김치 느낌의 반찬을 내어주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겁니다.
중경소면은 이름부터 흥미롭습니다. 사천 스타일 소면보다는 다소 부드럽고, 육수보다는 양념에 가까운 국물이 살짝 있습니다. 고기와 두부를 큐브 형태로 썰어 올린 점도 비주얼적으로 좋고, 면은 한국식 중면보다 약간 얇은 스타일입니다. 자극적인 맵기는 아니지만, 가벼운 화자맛이 있어 살짝 술을 부르는 맛입니다. 딱 그 느낌. 무협소설 속, 주인공이 기루 한쪽 자리에 앉아 “소면 하나와 백주 한 병”을 외칠 법한 그런 음식입니다.
그리고 이날 최고의 안주는 단연 ‘마늘 등갈비 튀김’. 튀김옷의 공력이 눈에 보이고, 속살은 육즙 가득한 돼지갈비입니다. 튀김 자체도 바삭하지만 눅눅하지 않고, 간도 절묘해서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술안주로 최적화된 맛입니다. 마늘향도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올라오죠. 맵거나 짜지 않으면서도 ‘맛있게 자극적’이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이런 안주에 탄수화물을 더하면 술이 절로 땡기는 조합이 되는 셈입니다.
실제로 이 집은 식사류만 먹고 가기보다는, 한두 요리에 술 한잔 곁들이는 구성이 더 어울립니다. 특히 백주 페어링 코스가 구성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다음 방문 때는 꽃게알 두부와 함께 백주를 마셔보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요리를 좋아하지만 자극적인 맛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찾아볼 만한 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