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링 - 포항물회집

몇번 오다보면 느끼는거지만 영도(의 북쪽, 남항동과 영선동 일대)는 재미있는 동네입니다. 옛 부산의 정취를 느낄만한 분위기면서 젊은 피도 은근히 들어오고 또 러시아 선원들 덕에 이국이 살짝 섞여있죠. 성황리에 장사를 하는 림스치킨을 지나서 남항시장에 들어서면 얼음에 생선을 넣어뒀다가 꺼내서 회를 썰어주는 선어회의 일종인 ‘빙장회’ 가게들이 있는가 하면, 자리돔을 취급하는 횟집도 몇군데 있고, 까레이바베큐나 물담배 펍이라는 무얼 파는지 모르겠지만 타겟층은 확실한 가게들도 보입니다. 잘 찾아보면 일식돈까스, 모모스커피 같은 곳도 있구요. 그런 영도에서 물회도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흔히 내륙 도시에서 먹는 육수 물회는 (따로 찾지 않는 이상) 없거든요. 부산인데 다들 포항식 물회를 팝니다. 물회집이야 많은데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그냥 끌려서 여기를 선택. 간판에 1983년부터 장사를 하셨다고도 하고 사장님의 사진이 있더라구요. 보통 간판에 할머니 사진이 있으면 묘하게 이끌리는게 있죠, 신당동의 마복림 할머니나 천안의 심복순 할머니처럼요ㅋㅋ 반주를 즐기기 위해 물회는 대자로 주문! 만오천원이니까 나쁘지 않네요. 이 일대는 자리돔이나 가자미처럼 굳이 명기하지 않는 이상 물회에 소위 ‘아까무스’라는 생선의 회를 넣어주는듯 합니다. 부산 일대에서 아까무스 혹은 빨간고기라고 하는 이것의 정식 명칭은 눈볼대, 잘 모르시겠다구요? 금태라고 하시면 아아..! 하실겁니다 여튼 이미 명성이 꽤 있는 생선의 회를 설탕 한스푼, 식초 두스푼, 고추장 한스푼 넣어서 슥슥 비비면 물회 완성! 초장육수나 얼음 없이도 시원하고 감칠맛이 끝내줘요 생선살에서 올라오는 기름이 (아마 배합을 따로 했을) 고추장의 매콤하고 달착지근한 맛과 잘 어울리네요 😋 꼬부랑 허리가 되신 사장님이 단골로 보이는 분들 몇분과 출신지 포항에 대해서 담소를 나누는 것을 엿듣다보니 정겨운 정취에 소주가 절로 넘어갔네요. 포장 판매도 하시는 모양이니 숙소에서 드셔도 괜찮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