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링 - 명가

오래전에는 왕주먹구이라는 상호의 자리. 현재는 명가. 가게가 바뀐걸로 생각했던 곳인데 사장님은 그대로. 포차같은 메뉴만 살짝 손 본 곳이다. 고깃집에 포차였던 곳은 밥집에 포차 같은 곳이 되었다. 동네 사랑방 같은건 여전하여 동네 어르신들이 오늘도 앉아있다. 반찬이 일당백, 지난 방문에도 그랬다. 이정도면 소주 한 병. 미끈거리는 미역은 반찬보다 술안주스럽게 오독오독 짭조름. 김치는 눈을 잠깐 감을정도로 새콤하게 맛이 제대로 들었다. 짙은 갈색빛이 익은 시간을 말해준다. 담근지 시간이 지나 상추의 숨이 죽었지만 들깨의 고소함이 있는 겉절이. 어묵은 볶았는데 기름기가 거의 없고 말랑, 쫄깃한 어묵의 식감. ■제육볶음 식사용이지만, 안주로. 나온양을 생각해서 두 개를 주문할걸 그랬다. 고기는 양념의 양이 많다 보니 식감이 퍽퍽해도 매끄럽게 먹을 수 있었다. 양념은 후추맛이 진하며 고춧가루의 매콤함이 섞여 칼칼하다. 이 맛에 먹고있는 와중에 입안에 침이 고인다. ■황태국 식사와 같이 나오는 듯한 기본국. 황태와 무가 들어가 시원하고 구수한 맛. 국물에 촉촉해진 황태는 잘근잘근 씹기 좋은 식감. ■계란말이 있으면 술안주로 늘 먹다보니 주문하게 된다. 계란말이는 삐뚤빼뚤 투박한 집반찬 스러운 모습. 팬에 굽듯이 하여 갈색빛 구운 부분들이 있어 빵과 같은 식감과 고소한 맛을 낸다. 양파와 파를 가득 채워넣어 식감과 맛이 진하다. ■두부김치 새콤한 김치를 볶으니 다소 새콤한 맛이 줄어들어 먹을 떄 마다 새콤함에 찡그리진 않게 되며 들깨가 주는 고소한 맛이 난다. 들기름을 사용하시는진 모르지만 들깨의 풍미가 강한 편. 제육과 동일한 돼지고기를 사용, 퍽퍽한 감이 있지만 이번에는 김치가 윤활유 역할을 한다. 김치에는 표고버섯도 듬뿍, 간간히 말랑한 식감에 진한 버섯의 맛을 낸다. 시장에서 좋은걸 사오시는지 두부만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알갱이가 작아 부드러운 감촉이며 젓가락으로 쉽게 분리된다. ■갈치조림 이 집은 매번 갈때마다 메뉴이외의 것들을 챙겨주신다. 지난번엔 사랑방에 온 손님이 주신 김장김치에 탕탕이를 먹었는데 오늘은 갈치조림과 갈치튀긴 것을 챙겨주신다. 크기가 있고 살은 통통하다보니 발라낸 살도 큼직. 소금은 적게 써서 담백함 위주이며 조림은 양념맛 위주. ■낙지볶음 말랑말랑 부드럽고 겉면을 가진 쫄깃한 식감의 낙지. 제육, 볶은 김치와 양념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은 다른 맛. 들깨로 고소하고 제육보다는 고춧가루를 덜 쓰지만 매콤한 양념, 그리고 마늘맛이 강조. ■된장찌개 손님이 주문했던 식사메뉴에서 나오는 향에 끌려 주문하게 됬다. 전에 여기서 고기에 먹는 집된장이 그렇게 좋았었지 하고. 된장찌개는 묽은 편이지만 깊이감과 구수함은 깊었다. 한 숟가락을 먹으면 또 한 숟가락을 뜨게 되는 맛. 소울푸드는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름이 기억 안나 한참을 해멨던 냉이는 보관용으로 맛을 내셨겠지만 찌개에 맛이 은은히 뭍어있다.